2021.06.22
나의 생리는 달마다 꼬박꼬박 찾아오는 손님은 아니어서 엄청 큰 스트레스는 아니다. 하지만 아주 가끔씩 생리통이 심할 때도 있고 월경 전 증후군(PMS)이 멋대로 나타날 때도 있다. 그 중 하나가 생리 전으로 단 것, 특히 초콜릿 종류의 디저트류가 엄청 당긴다는 것. 이번에도 일주일 전부터 초콜릿 머핀이 생각나더니 한 번 사먹고 나니 생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특이하게 생리 중에 초콜릿 머핀이 더더더 생각난다는 것. 결국엔 Sainsbury's에서 파는 4개짜리 Triple Chocolate Muffins를 사고서 한개 한개 꺼내 먹고 있다. 이렇게 머핀이 하나씩 줄 때마다 점점 단 것에 대한 욕구도 줄어드는 것을 보니 거의 세 달만에 찾아 온 이번 손님도 곧 떠나갈 날이 오고 있는 듯하다.
오늘도 스튜디오로 일을 나갔다. 지난주에 마무리를 짓지 못한 Shorts 패턴을 수정하는 일로 시작되었다. 나는 패턴 작업을 할 때 빳빳한 종이에 깔끔하게 만드는 것을 선호해서 가끔 수정하는 정도에 따라 아예 새로 tracing 하면서 작업하곤 하는데, 이 작업의 단점이 종이가 많이 소모되는 것과 시간이 조금 더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패턴 정보를 지우거나 pivoting 작업 등으로 패턴을 잘라 수정하게 되면 자국이 남거나 지저분해져서 혼란을 만들 수도 있다(내가 패턴에 많은 정보들을 세세하게 넣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도 패턴을 잘라 수정하는 작업들과 새로운 디테일 패턴 피스들을 만들어야 했기에 조금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깔끔하게 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뭐, 이 스튜디오의 좋은 점이라면 내가 어느 정도의 속도로 하는지 큰 간섭을 안한다는 것. 내가 그만큼 적당한 속도로 하고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언제까지 꼭 끝내야 하니 빨리 해달라는 그러한 압박이 없어서 좋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작업 방식으로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오늘도 적당한 속도로 작업을 다 끝마쳤는데, 나중에 디자이너가 패턴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면서 한마디 하더라. "너 패턴 잘 그린다." 믿기지 않아서 순간 잘못 들은 줄 알고 어색한 웃음으로 떼우려고 했지만, 그가 이어 말하는 이야기는 "대부분의 유러피안 패턴사들은 이렇게 상세하게 패턴 정보나 디테일을 적지 않는데 넌 깔끔하게 다 잘 적어줘서 좋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패턴을 어디서 공부했는지 궁금해 했는데, 내가 영국에서 Fashion Pattern Cutting을 공부하기도 했지만 한국에서 의상학과를 전공하면서 일본 패턴을 기본으로 배웠다고 했더니 "아, 바로 그거야."하며 내 패턴에서 일본식의 느낌이 난다고 했다. 이 스튜디오의 디자이너 및 다른 스텝들이 대부분 일본인이어서 그런지 내 패턴 스타일이 마음에 드나보다. 하지만 스스로의 패턴 변천사를 아는 나로서는 나는 일본+유럽이 섞인 스타일이긴 하다. 한국에서 배울 때 꼼꼼하게 배우긴 했지만, 사실 패턴 정보와 디테일을 적는 습관은 영국에서부터 생겼기 때문이다. 아무튼 잘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뿌듯하고 내가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퇴근했다. Shorts는 이렇게 마무리 됐고 목요일에는 새로운 작업을 시작할 듯 하다.
집에 왔더니 남자친구는 친구 집에 놀러가고 없었다. 오늘은 유로2020 '잉글랜드 VS 체코' 경기가 있는 날인데, 아침부터 '나 친구집 가서 축구 경기 보고 와도 돼?'라고 하더니 퇴근하자 마자 쏠랑 가버렸네. 이제 생각해보니 어제 거의 밤 10시까지 일하고 오늘 8시 30분에 일어나서 일 시작한게 다 축구를 보기 위한 큰 그림이 아니었나 싶다. '밤 10시면 돌아올거야~'라던 말이 11시가 되어서도 지켜지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친구가 가지 말라며 맥주 한 잔 더 하자고 조르는 그림이 눈에 선하다. 친구 만나서 놀고, 재미있어서 좋겠다, 부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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