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25 ~ 2021.08.29
Exeter(엑서터), Devon, England
(1) 느긋한 여유가 있는 물의 도시, Exeter(엑서터)
그리고 아름다운 색감의 휴양 도시, Exmouth(엑스머스)
이번 여행에서 숙소를 엑서터에만 잡은 것은, 도시 자체의 볼거리가 많은 것도 있지만 다른 지역과의 접근성도 좋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행 중 숙소를 옮기는 것이 편한 일은 아니고 그에 따른 이동도 언제나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한 곳에 머무르는 여행도 하고 싶었다. 그렇게 이 날은 엑서터 구경을 조금 더 하고 바다 쪽 다른 도시로 넘어가기로 했다.

여유롭게 나와서 그 전에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골목길을 다녔다. 영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 사진과 같은 작은 골목길들인데, 아기자기한 골목길에 다양한 가게들이 있는 그 정겨운 풍경이 정말 좋다. 미처 몰랐던 귀여운 식당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고, 개성이 다양한 가게들을 구경하면서 여러 취향과 손재주들을 볼 수 있는 곳이랄까. 비록 코로나 락다운 때문에 영국 사람들도 조금 더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지고 작은 가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지만, 여전히 이런 골목 상권에서만 만날 수 있는 분위기는 늘 새로운 곳을 여행하고 탐험하는 기분이 든다.

오전에는 짧게 박물관 관람을 하기로 했다. Exeter Royal Albert Memorail Museum & Art Gallery가 있어 역사에 관심이 많은 조던이가 가보고 싶어했다. 로얄 알버트 기념 박물관은 데본 및 엑서터에서 가장 큰 박물관으로 동물학, 인류학, 미술 및 고고학, 지질학 등의 분야에서 다양하고 중요한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대략 100만 개 이상의 소장품이 있으며 그 중 일부를 공개 전시한다. 런던에도 Victoria and Albert Museum이 있는데 그 곳과 관련이 있나, 싶으면서도 워낙 영국 곳곳에서 이름 앞에 로얄, 빅토리아, 알버트를 가지고 있는 건물들을 쉽게 찾을 수 있어서 흔한 일인가 싶기도 하다. 현대의 시각에서 논란거리는 많아도 영국인들 입장에서는 어쨋든 가장 화려하고 강력했던 역사적 시대의 여왕과 그 남편이었으니 공공적인 건물에 그 이름을 기념하고 싶은 것일 수도(아니면 어느정도 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거나).



박물관에는 특별전과 상설전이 함께하고 있었는데, (관람에 별 의욕이 없었던) 나와 (역사적인 유물에만 관심이 있었던) 조던이는 빠른 속도로 관람을 했다. 솔직한 마음에서 나는 더 빨리 볼 수도 있었지만 워낙에 관심있는 분야에서 꼼꼼하게 관람하던 분(..)이 있으셔서..
관람 이후에는 구경했던 골목 카페 Chococo에 들렀다. 초콜릿 전문점인줄 알았지만 커피도 판매하길래 조던이는 모카를, 나는 핫초코를 주문해서 마셨는데 초콜릿 맛이 조금 밍밍한데다 너-무 뜨겁게 만들어줘서 입천장을 다 데었다😭 초콜릿도 곁들여 주는 좋은 카페였지만, 맛은 좋지 않았던 걸로..
그리고 우리는 이 날의 메인 이벤트였던, Exmouth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전날, 조던이가 지도와 함께 바닷가 마을 이름 몇 개를 나열하며 왼쪽과 오른쪽 중 어디를 가고 싶냐고 했는데 내가 골랐던 곳이 엑스머스였다. Jurassic Coast를 볼 수 있다는 것에 꼭 가보고 싶었다. 물론 내가 진짜로 보고 싶어하는 쥐라기 해안은 다른 곳에 위치해 있지만, 그 비슷한 광경이라도 궁금했다.

Exeter to Exmouth
▪︎ 12:54 Exeter Central
🚆 23m Great Western Railway
▪︎ 13:17 Exmouth
엑서터에서 엑스머스까지 거리는 상당해 보이지만 기차로는 금방 도착했다. 도착하자 마자 우리는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았고, 종이 지도와 약간의 추천을 받은 조던이는 좋은 풍경을 위한 길을 안내했다. 물론 그것이 또 언덕길이었다는 것이 함정. 맞아, 좋은 경치를 보기 위해서는 언덕길을 올라야 하는 것, 인정한다. The Beacon Street였나, Louisa Terrace였나, 조금 언덕길이긴 하지만 한 눈에 해변과 바다가 보이는 멋진 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 거리에는 호텔(신식은 아니고 오래된 낡은 호텔)이나 가정집들이 쭉 늘어져 있었는데 경치 하나는 끝내주겠다 싶었다. 집에서 딱 나오면 바다라니.. 길 건너편엔 정원이 있었는데, 호텔 이용객 혹은 거주자들만 사용할 수 있는 개인 정원들이었다. 크, 멋져..

Exmouth(엑스머스), Devon, England
Exmouth(엑스머스)는 영국 Devon에 위치하고 있으며 해변 휴양지로 유명한 항구 도시이다. Exe강 하구의 동쪽에 위치하며 Exeter(엑스터)에서 남동쪽으로 18km 떨어져 있다. 엑스머스는 18세기부터 데본에서 가장 오래된 휴양지로 간주된다. 특히 그 당시 부유한 사람들이 건강을 회복하며 휴식을 취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그러한 고급 관광이 이어지다 1861년 철도가 건설되면서 대중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세계 유산인 ‘Jurassic Coast(쥐라기 해안)’의 관문으로 3.2km에 달하는 모래 해변은 수상 스포츠와 산책과 같은 야외 레저 활동의 중심 지역이 된다.

언덕길을 조금 걷다가 우리는 곧 해변으로 내려갔다. 날씨가 좋았던 만큼 해수욕을 즐기러 나온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진정한 여름의 휴가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비록 해수욕을 즐길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도 느긋한 마음으로 바다 가까이 모래사장을 걷기로 했다.



어떤 해안인지는 모르겠지만, 걷다 보니 돌과 모래에 푸른 이끼가 잔뜩 낀 해안가가 나왔다. 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 엄마와 제주도 여행을 했는데, 그 때 보았던 '광치기 해변'과 무척 비슷한 모습이었다. 이끼가 많이 껴있어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 조심 걸어야 했지만, 하늘이 비치는 바다와 함께 멋진 사진들을 찍을 수 있었다.



어렸을 때는 이런 독특한 형태의 자연 풍경이 새롭지 않고 그저 놀고 즐기기에 바빴는데, 요즘에는 이런 장면들을 보면 자연의 신비를 느낀다. 거창한 감상을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 풍경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이나 과정을 생각하면 괜히 자연의 힘이 대단하게 느껴지고 모든 것에 감탄하게 된다. ...나이 들었나😂

바닷가를 조금 더 걷다가 요런 간지러운 짓도 해봤다. 예전에 한국에서 친구들과 바닷가 놀러가면 '우리 우정 영원히~' 이런걸 쓰면서 우린 언제쯤 남자친구랑 이런걸 해보냐고 했는데ㅋㅋㅋㅋ 난 드디어 해봄!! 그 와중에 사진 찍는다니까 손으로 하트 만들려고 애쓰는 조던이, 귀여워ㅋㅋㅋㅋ

그렇게 바닷가를 따라 걷다보니 저 멀리 붉은빛의 해안 절벽이 보였다. 쥐라기 해안이 엑스머스에서부터 Old Harry Rocks가 있는 곳까지라던데, 엑스머스 쪽 해안 절벽은 붉은빛의 토양과 단면에 보이는 겹겹의 층이 특징이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너무 멀어보여서 저기까지 갈 수 있을까 했는데, 조던이가 "더 멀리 안 가고 저기까지만 가보자."라는 식으로 저기만, 쪼기만, 이렇게 날 조련해서.. 어느덧 도착했다는..



특별할 건 없지만 오랜 시간을 담은 붉은 절벽을 따라 바다를 걷는 것도 참 운치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도 그저 한적하게 바다를 따라 걷고 있었고, 종종 신난 강아지들이 신나게 뛰어다니며 지나치곤 했다. 한 장면에 보이는 다양한 색감이 너무 예뻐서 이 방향에서도 보고 저 방향에서도 보며 한껏 구경했다.





쥐라기 해안은 이 쯔음부터 계속 이어지는 듯 했다. 끝이 없는 길이라 계속 향할 수는 없었고, 어느 정도 돌아보다 절벽 위로 올라가는 계단을 발견해 되돌아 가는 길은 바닷가가 아닌 언덕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길 가다가 어디든 예쁜 장면이 보이면 날 찍어주는 조던이. 나처럼 인스타그램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어서 가끔 그 '갬성'이나 '사진 잘 찍는 구도'는 나와 다르지만 정말 조던이가 찍어주는 사진들은 대부분 예쁘게 나온다(그렇지 못한 경우는 현실적인 나의 신체적 한계 때문..). 나 또한 엄마나 친한 친구가 찍어주는 경우 이외에는 카메라 앞에서 뚝딱 로봇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도 조던이가 찍어줄 때는 사귄지 얼마 안되서도 금방 자연스러워졌지.


이후 계획했던 기차 시간까지 맥주와 간단한 음식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바다까지 왔으니 간단한 음식이라도 해산물과 관련된 것을 먹고 싶었는데, 찾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너무 흔한 Fish & Chips 이런거 말고, 바닷가 마을인 만큼 막 좀 더 신선한 음식들이 있기를 바랬는데..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식당들이 브레이크 타임이 있어 갈 만한 곳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긴급 회의에 돌입, 저녁 식사 전 엑서터로 돌아가려던 계획을 바닷가 마을까지 왔으니 여기서 저녁을 먹고 돌아가는 것으로 변경했다. 그래서 레스토랑 브레이크 타임이 끝날 때까지 근처 펍 The Beach Pub에서 맥주를 마시며 기다리기로 했다. 근데 여기서 웃겼던게ㅋㅋ 식당에서 바닷가가 보이는 야외 테라스 자리를 잡고 싶었기에 상황을 살필 겸 펍에서 식당 입구가 보이는 테이블에 자리 잡았는데, 몇몇 사람이 일찍부터 문 앞에 줄 서 있는 것 아닌가. 괜히 저녁 타임 오픈 시간이 다가오니 마음이 초조해져서 후다닥 마시고 5분 전에 같이 줄 섰다는ㅋㅋ



어쨋든 무사히 식당 야외 테라스 자리(예약을 안 받고 선착순으로 배정받는 자리였다)에 앉을 수 있었고, 바다 풍경이 다 보이는 자리여서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갔던 식당은 Rockfish-Exmouth였다. 엑서터에도 지점이 있는 체인 식당 같았는데, 규모가 큰만큼 음식이 맛있어 보여서 좋았다. 특히 매일 매일 제공되는 생선이 다른 듯 했는데, "오늘은 이런 저런 생선이 가능하고 가격은 얼마야~."라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어 선택하기 편했다. 우리는 스타터 메뉴 중에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Crisp Fried Baltic Whitebait & Tartare Sauce, Crisp Fried Salt & Pepperr Brixham 'Calamari'와 당일 가능했던 생선 메뉴 중 Dover Sole을 선택했다. 그리고 함께 먹을 Chips와 Mushy Peas with Curry 그리고 화이트 와인도 한 잔씩 주문했는데 특히 Mushy Pea.. 쫀맛. 커리 소스와 함께 먹는 으깬 콩이 그렇게 맛있을 줄이야. 물론 다른 해산물 요리들도 엄청 맛있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조던이와 내가 식습관에서 서로 안 맞는 부분이 없다는 것이 너무 좋다. (과거에 해산물 싫어하는 남자를 만나본 나로서는.. 진짜 상상만으로도 끔찍.)


저녁을 먹고 엑서터로 돌아가기로 한 결정이 매우 잘한 것이었다고 다시 한 번 느끼며 우리는 식사 후 기분 좋게 숙소로 돌아왔다. 마침 돌아올 때는 해가 질 때 쯤이어서 하늘이 불긋불긋 오묘하게 예뻤다. 하늘과 함께 아른거리는 예쁜 바다를 기차 창문 밖으로 한참이나 바라봤다.

Exmouth to Exeter
▪︎ 18:56 Exeter Central
🚆 32m Great Western Railway
▪︎ 19:28 Exmouth
모든 여행 에세이는 직접 여행한 후기로, 지극히 개인적인 추억의 시간과 사진들로 기록을 작성합니다.
해당 여행지의 정확한 정보를 함께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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