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rlington Gardens
Superblue London
2021.10.23
친구 소영이와 같이 갈 계획이었지만 함께하지 못하고 혼자 왔던 Superblue London. 입장하면서 티켓은 2장을 예약했지만 친구가 사정 상 오지 못했다고 설명하자 직원이 "나중에 다른 날짜, 시간에 남은 티켓 쓰러 와!"라고 했다. 하지만 그 티켓을 아직까지 못 쓰고 있다는 스아실... 그나마 사무실이 근처인 조던이가 쓸 수 있으려나 했는데 아무래도 혼자 가는게 쉽지가 않지.
슈퍼블루(Superblue)는 체험 미술 전시 공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여러 예술가들의 혁신적 설치물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닉 케이브(Nick Cave),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팀랩(teamLab) 등 많은 예술가들과 협업으로 대규모 몰입형 예술 설치물들을 전시한다. 미국 Miami에서 처음 개장한 후 2021년 10월 영국 London에서 두번째 프로젝트를 공개했으며 앞으로 전 세계 도시에 더 많은 체험 예술 센터를 오픈할 계획이다.
런던에서 오픈한 슈퍼블루의 프로젝트는 런던과 도쿄를 기반으로 하는 아티스트 듀오 A.A. Studio Swine의 새로운 설치 작품 <Silent Fall>이다. 이 작업은 일시적인 재료의 인터페이스와 함께 정교한 기술 및 엔지니어링을 사용한다. A.A. Studio Swine의 이전 작품 <New Spring(2017)>에서 영감을 받아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는 현시대에 새로운 의미를 찾기 위해 ‘지상낙원(The Earthly Paradise)의 가을’을 참조했다. 설치 작품 속 인공 구조물들은 유기적 요소를 강조하기 위해 시각, 후각, 촉각 및 청각을 자극한다.
전시 공간 속 인공 구조물은 하얀 나뭇가지의 형상을 하며 사방에 설치된 거울에 비쳐 무한으로 확장된다. 그로인해 관객은 미래적인 풍경 속 숲에 들어간 느낌을 받는다. 각각의 나무는 잎이나 열매가 아닌 안개 낀 거품을 만들어 내는데, 이것은 덧없는 존재의 본성을 비유한다. 거품은 손에 잡혀 터지면서 자연의 방대한 아로마 향을 풀어낸다.
듀오 아티스트 A.A. 스튜디오 스와인의 작품 <Silent Fall>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입장할 때 검은색 장갑 한 쪽을 준다. 어두운 실내로 입장하면 불투명한 방울이 떨어져 내리는 인공 구조물들이 있다. 건내 받은 장갑을 착용하면 떨어지는 방울을 꺼트리지 않고 받을 수 있다. 물론 약간의 움직임에도 금방 꺼져버리지만 간간히 손 위에서 통통 튀는 방울이 신기했다.
요즘엔 이와 같은 체험형 예술 전시가 화제가 되는 것 같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같은 온라인 플랫폼들이 성장하면서 화려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나 영상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이 인기를 끌고 홍보가 절로 되니 당연한 변화이려나. 가끔은 작품 속에 담긴 의미나 메세지보다는 '이미지'에만 관심이 몰리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술에 대한 친근함이 늘고 체험을 통해 느끼는 감상이나 경험은 또 다른 가치를 만들기도 한다.
스튜디오 스와인(Studio Swine; Super Wide Interdisciplinary New Explorers)은 영국인 예술가 Alexander Groves와 일본인 건축가 Azusa Murakami가 2011년 설립한 예술 단체이다. 그들은 지역 정체성과 자원의 미래에 대한 주제를 탐구하며 조각, 설치 및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행동을 촉구하는 긍정적인 메세지를 전달한다. 문화적, 역사적, 경제적 풍경의 고유한 자원과 토속적인 미학을 활용하는 그들은 틀에 얽매이지 않은 독특하고 신선한 소재 가공으로 찬사를 받는다.
그들의 작품은 런던의 Victoria & Albert Museum, 파리의 Pompidou Centre, 베니스의 Art and Architecture Biennales 등에서 전시 되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해양에서 건져 올린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의자 <Sea Chair(2012)>,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사용된 알루미늄 캔 쓰레기를 재활용한 오브제 컬렉션 <Can City(2013)>, 머리카락을 천연 레진에 주입해 만든 악세서리와 가구 컬렉션 <Hair Highway(2014)> 등이 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기대에 비해서는 조금 아쉬웠다. 전시 공간 자체는 크지 않고 관람 시간이 대략 12~15분 정도로 제한되어 있다. 관람 시간을 엄격하게 강제하지는 않지만 규모가 작은 만큼 그 시간을 전부 보내기도 쉽지 않아 비교적 티켓 가격이 비싸게 느껴졌다. 만약 이러한 한계가 있어도 체험형 예술인만큼 각 시간마다 관람하는 인원의 수를 적게 조절해 전체적인 공간을 충분히 누릴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실제로는 상당히 많은 관객들이 동시에 관람해서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구글맵이나 각 정보 사이트에서 후기가 좋지 않았다. 스튜디오 스와인의 작품과 그 속에 담긴 메세지로만 보면 충분히 더 좋은 전시가 될 수 있었을텐데 정작 전시를 기획하고 운영했던 슈퍼 블루가 더욱 효과적인 시스템을 찾지 못한 것 같다.
더욱이 이런 체험형 전시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관람하면 더 즐거움이 배가 될텐데 나 홀로 관람으로 조금 쓸쓸하기도 했다. 하지만 친구가 아픈 몸을 이끌고 나올 만큼의 규모의 전시라거나 감흥이 큰 것도 아니어서 전시 리스트 속 전시를 놓치지 않고 본 것에도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모든 예술 감상문은 해당 전시회 및 공연을 직접 관람한 후기로, 개인적인 감상 및 학습의 기록을 작성합니다.
해당 전시회 및 예술가와 작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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